'키워 쓴 10승 투수' 샘슨, 한화 외인 새 역사 썼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7.18 06: 10

벌써 10승이다. 한화 외인 투수가 7월이 지나기도 전에 10승 고지를 밟았다. 키버스 샘슨(27)이 한화 외인 투수 잔혹사를 청산하며 새 역사를 만들었다. 
샘슨은 17일 수원 KT전에서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4볼넷 4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10승(6패) 고지를 밟았다. 이날 자신의 20번째 등판에서 두 자릿수 승수를 돌파했다. 종전 한화 10승 외인 투수는 2007년 세드릭 바워스(11승) 2015년 미치 탈보트(10승) 2017년 알렉시 오간도(10승) 등 3명이 있었다. 
샘슨은 그들에 이어 4번째 10승. 그 중에서 10승 달성 시기가 7월인 것은 샘슨이 유일하다. 나머지 투수들은 8~9월에야 10승을 거뒀지만 샘슨은 일찌감치 10승을 돌파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16승까지 가능하다. 세드릭의 11승을 넘어 한화 외인 투수 최다승도 기록은 사실상 샘슨이 찜해놓았다. 

이날까지 샘슨은 총 20경기 115이닝을 던지며 10승6패 평균자책점 4.23 퀄리티 스타트 11차례를 기록했다. 지금 페이스를 이어가면 16승·179이닝·222탈삼진·18QS로 모두 한화 외인 투수 최고 기록으로 바꿀 수 있다. 최다 이닝은 2013년 대나 이브랜드(172⅓이닝), 최다 탈삼진은 2013년 데니 바티스타(150개), 최다 QS는 2015년 탈보트(15차례)가 보유 중이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 활약은 예상 못했다. 메이저리그 2시즌이 전부인 샘슨은 경력이 화려하지 않았다. 몸값은 총액 70만 달러로 비싸지 않았다. 젊음과 건강에 맞춰 '육성형 외인'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물음표가 붙은 상태라 불안 요소가 없지 않았다. 시즌 첫 3경기에서 극심한 제구 난조로 흔들렸다. 
하지만 한화는 '육성형 외인' 기조대로 샘슨을 키워 썼다. 4월초 송진우 투수코치의 조언으로 왼 디딤발 놓는 위치를 크로스에서 스트레이트로 바꿨다. 한용덕 감독은 "미국에 있을 때는 볼끝에 변화를 주기 위해 크로스로 던졌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안 해도 충분히 통하는 구위"라며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 이후 제구력이 안정됐다. 포크볼까지 섞어 던지며 구종 다양성을 더했다. 한용덕 감독은 "내가 본 외인 중 최고 구위"라며 믿음과 자신감을 심어줬다. 전담 포수 지성준과 짝을 이룬 뒤로 빠르게 적응했다. 과거 한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외야 수비가 안정됐고, 샘슨도 맞혀 잡는 투구를 시작했다. 
송진우 투수코치는 "샘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티는 능력이 생겼다. 투수가 매번 좋을 수 없다. 안 좋은 상황도 잘 이끌어간다"며 "디딤발 놓는 위치를 바꾼 후 자신감이 붙었다. 여러 가지 공을 던지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달라진 샘슨을 평했다. 
샘슨은 "아버지께서 어릴 적 깔끔한 패보다 힘겨운 승리가 낫다는 말을 했다. 시즌은 길다. 안 좋을 때 빨리 헤쳐 나올 수 있어야 한다"며 "10승도 의미 있지만 평균자책점을 더 낮추고 싶다. 그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다. 최근 몇 년간 80이닝 이상 넘긴 적이 없다. 지금 120이닝 가까이 던졌는데 시즌 끝까지 건강을 잘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수원=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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