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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쉐보레 이쿼녹스, ‘편’한 차? ‘펀’한 차? 사람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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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경영학도들은 전공 기초과목으로 심리학을 배운다. 경영이라는 게 결국은 소비자의 마음을 잘 읽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이분법이기는 하지만 사람을 ‘위험 선호자(risk-lover)’와 ‘위험 기피자(risk-averter)’로 분류한 뒤 각 성향에 맞는 경영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것도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날이 갈수록 선택과 집중이 뚜렷해지는 자동차 업계에도 ‘결정’의 시대가 온 모양이다. ‘편(便)한’ 차와 ‘펀(fun)한’ 차를 구분하고 각 가치에 맞는 전략을 취해야 하는 시점 말이다. 

적어도 쉐보레 ‘이쿼녹스’를 보면 ‘펀(fun)’과 ‘편(便)’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시 했는 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물론 둘 모두를 취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그러자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올라간다.

‘한국시장 철수’ 파동을 겪고 재건을 시작하고 있는 한국지엠에 3세대 중형 SUV ‘이쿼녹스’의 성공 여부는 중대 변곡점이 된다. 한국지엠이 약속한 향후 ‘5년간 신차 15종’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이쿼녹스이다. 이쿼녹스가 한국 SUV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한국지엠이 기획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확장 계획은 한층 힘을 받게 된다.

한국지엠은 미국 쉐보레가 생산하는 ‘이쿼녹스’를 국내 시장에 수입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가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 고착화 된 가치 기준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그들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한국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데일 설리번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 부사장이 이쿼녹스 출시를 전후해 입에 달고 있는 말이 있다. “차를 볼 때 가격을 먼저 보지 말고 차의 가치를 먼저 봐 달라.” 사실 이 주장은 이미 작년 1월 ‘올 뉴 크루즈’를 출시 했을 때도 등장했다. 한국 시장에서 경쟁 차종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온 답이었다.

지난 18, 19 양일간 한국지엠은 자유로 일대에서 이쿼녹스 미디어 시승행사를 치렀다. 자동차 관련 미디어 업계 종사자이지만 1차적으로 소비자이기도 한 기자들도 쉐보레가 제시하는 ‘새로운 가치’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이쿼녹스는 ‘취한 것’과 ‘버린 것’이 너무나 분명해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어야 한다는 백화점식 사고로는 판단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버린 것’은 ‘펀(fun)’ 드라이빙이다.

이쿼녹스의 전장은 4,650mm다. 투싼의 4,475mm 보다는 많이 크고 싼타페의 4,770mm 보다는 살짝 작다. 차에 타 보면 실내 공간은 싼타페급으로 다가온다. 뒷좌석 레그룸은 서양 사람들의 체형을 고려한 듯 여유롭고, 트렁크 적재 공간은 뒷좌석을 접으면 1800리터까지 나온다. 뒷좌석은 트렁크 쪽에서 가볍게 레버만 당기면 한번에 접힌다.

이런 사이즈의 ‘이쿼녹스’에 쉐보레는 1.6리터 CDTi 디젤 엔진을 얹었다. 최대 출력이 136마력(3,500rpm)이고 최대토크가 32.6kg.m(2,000~2,250rpm)이다. 유로6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요소수 방식의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을 달았다.

중형 SUV에 1.6리터 디젤 엔진을 장착한 배경을 먼저 쉐보레로부터 들었다. “GM의 중형급 신형 SU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 된 이쿼녹스는 차체 하중은 이전 세대 대비 180kg이 줄었고, 강성은 22% 이상 견고해졌다”는 설명이다. 인장강도 1,000MPa 이상의 기가스틸 20%를 포함해 차체의 82% 이상에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을 채택했다고 한다. 변속기는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다. 차가 가벼워져서 1.6리터 엔진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이다. 

최대출력 136마력에 최대토크 32.6kg.m 정도면 일상 주행에서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 연료 효율도 뛰어나 고속도로에서는 14.9km/L(도심 12.2km/L)의 연비를 보인다. 복합연비가 13.3km/L인데 편도 49.8km 시승구간을 원 없이 밟았더니 트립상 연비는 12.3km/L가 찍혀 있었다. 좀더 얌전하게 운전한다면 실 연비는 공인 복합연비를 상회할 기세다. 정차하면 엔진이 자동으로 멈추는 ‘ 스톱&스타트’ 기능이 전 트림에 기본으로 장착 됐고, 주행 중에는 자동으로 라디에이터 그릴이 닫히는 ‘액티브 에어로 셔터 그릴’이 연비 향상을 돕는다.  

그런데 만약, 운전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펀 드라이빙’에 가 있다면 이쿼녹스가 채워주지 못하는 면이 있다. 변속레버에 달려 있는 ‘L’ 모드를 통해 다운시프트가 가능하지만 엔진음만 요란하고 별 실효는 없다. 최대토크 32.6kg.m은 출발 때는 넉넉하지만 주행 중 추가 가속을 요구할 때는 최대출력 136마력이 가로막는다.

이쿼녹스가 ‘취한 것’은 ‘편(便)’이다.

공간 활용은 크게 칭찬받을 만하다. 거꾸로 보면 싼타페만한 차체에 1.6리터 다운사이징 디젤엔진을 얹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것도 일상 주행에서는 불편함을 거의 못 느끼게 만들어 놓았다.

‘최첨단 경량화 기술’에 대해서는 쉐보레의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쉐보레는 최근 ‘스마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차체 구조를 실현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 엔지니어링’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3D 프린팅 기술이 핵심이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수백 가지 설계도를 생성하고 최적의 부품 설계를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출력 된 디지털 데이터는 3D 프린팅 기술로 곧바로 3차원 형상의 부품으로 제작 된다. 견고하면서도 경량화 된 차체는 연비를 높이고 충돌 사고시 운전자를 보호하는 ‘세이프티 케이지(safety cage)가 된다.

안전사양은 더 놀랍다.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 ‘전방 거리 감지 시스템’ ‘전방추돌 경고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시티 브레이킹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이 전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 돼 있다.

시승에서는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테스트 해 봤는데, 반(半)자율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고급 기술은 아니었지만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에서는 적절했다. 크루즈 컨트롤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알아서 조정해 주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 또한 반자율 주행을 논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전후방 차량의 접근을 센서가 포착해 부지런히 알려 주고 있었고, 갑자기 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졌을 때는 시트가 운전자의 허벅지 부위를 자극하며 진동으로 위험을 경고(햅틱 시트)했다. 

또한 2열까지 전좌석 탑승자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가 계기반에 표시 되고, 운전을 마쳤을 때는 뒷좌석 동승자 확인 여부를 알려주는 메시지가 떠 잠든 어린아이를 혼자 두고 내리는 일이 없도록 했다.

전자식 AWD(All Wheel Drive) 시스템도 실려 있는데, 주행 상황과 도로 환경에 맞춰 전후륜 구동력을 자동으로 분배해 준다. AWD 시스템을 켜고 운행해도 평상적인 도로상황에서는 전륜 구동처럼 달리기 때문에 불필요한 구동력 배분으로 인한 연료 손실도 최소화 했다. 

양손에 짐을 들었을 때는 차량 하단부에 달린 센서가 발의 움직임을 인식해 트렁크를 자동으로 열거나 닫아 주고, 트렁크 개폐 각도는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2열 실내 바닥은 평평하게 디자인 됐고, 앞좌석에는 3단 열선시트와 통풍시트가, 뒷좌석에는 듀얼 3단 열선시트가 장착 돼 있다. 앞좌석에는 장거리 여행 피로도를 경감하는 파워 요추 받침이, 뒷좌석에는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투 스텝 리클라이닝 기능이 달렸다.

4인 가족이 스마트폰 충전을 비롯한 다양한 전자기기 사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무선 충전시스템과 4개의 스마트폰 충전 USB 포트, 220V 인버터가 있다. 

작정하고 안전 사양을 갖췄기 때문에 각종 기관의 안전 평가 수치도 높다. 이쿼녹스는 미국 신차평가프로그램(New Car Assessment Program)의 안전성 종합평가 부문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문제는 가격이다. 이쿼녹스는 LS 2,987만 원, LT 3,451만 원, 프리미어 3,892만 원이며 경사로 저속 주행장치가 결합된 전자식 AWD시스템은 200만원이 추가된다. 어떤 가치를 중시하느냐에 따라 이 가격은 높게 느껴질 수도, 합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펀(fun)’과 ‘편(便)’의 선택처럼 말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가격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이쿼녹스만의 장점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랙타입 프리미엄 전자식 차속감응 파워스티어링(R-EPS) 시스템을 기본 탑재했고, 파워 트레인이 수년간 여러 차종에서 검증 됐기 때문에 적어도 국내 모 대형 자동차 제조사처럼 파워트레인 관련 이슈는 없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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