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100승' 이건열 감독, "위기의 대학야구, 관심 절실하다"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6.19 06: 06

한 팀의 사령탑으로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했지만, 이건열 동국대 감독은 제자들의 앞 길 걱정이 앞섰다.
이건열 감독이 이끄는 동국대학교 야구부는 16일 순천 팔마야구장에서 열린 '2018 KUSF 대학야구 U-리그 후반기리그 C조 건국대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를 했다. 이날 승리는 이건열 감독에게도 의미가 깊었다. 바로 지난 2013년 첫 부임 이후 100번째 승리였다.
군산상고-동국대를 졸업한 이건열 감독은 1985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에 입단해 1997년 은퇴할 때까지 팀의 전천후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은퇴 이후 SK 와이번스,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등에서 코치를 역임했고, 2013년부터 모교인 동국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1980~90년대 대학야구 강자였던 동국대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소 부진했다. 그러나 이건열 감독이 부임한 첫 해 3관왕을 시작으로 2014년 4관왕을 달성하는 등 올해까지 총 10회의 우승을 이뤄냈다. 양석환(LG), 김호령(KIA), 고영표(KT), 서예일(두산) 등 기본기 탄탄한 프로 선수도 꾸준히 배출했다.
동국대의 제2의 전성기를 일궈내며 개인으로서도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했지만 이건열 감독은 "선수들이 잘해줬다. 나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공을 돌리며 "처음 부임했을 때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자율적으로 운동을 하는 환경에 많이 신경을 썼는데 선수들이 이런 부분을 잘 따라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현역 시절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포지션을 봤던 만큼, 이건열 감독이 선수들에게도 강조하는 부분은 '기본기'다. 기본기만 탄탄하면 어디서든 결국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지론이기도 하다. 이건열 감독은 "프로에서 코치 생활을 했었지만, 스로잉도 안되고 기본적인 자세가 안되는 선수도 많았다. 무조건 타격만 하려고 하고, 팀 플레이의 기본 조차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라며 "기본기가 좋은 선수는 언제든 성공한다고 본다. 경기에 가면 다른 팀 감독, 선수들이 동국대 선수들은 기본기가 잘 됐다는 말을 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꾸준하게 프로로 선수를 보내고 있지만, 동국대 뿐 아니라 현재 대학야구 전반은 '위기'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프로 구단에서는 프로 선수보다는 고졸 선수를 뽑아 육성하는데 초점을 뒀고, 하위 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나 신고 선수들도 대학 진학보다는 프로에서 뛰려고 한다.
대학 선수들의 현실도 팍팍하다. 정규 수업을 병행하면서 일정 수준의 학점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선수 등록을 할 수 없게 된다. 훈련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해가는데, 서울 및 수도권 구장은 고교야구 등에 밀려서 구하지 못해 대학 선수들은 지방을 전전하며 경기를 치러야 한다. 점차 대학야구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고, 구단 스카우트에서도 대학 선수보다는 고졸 선수 관찰에 더욱 힘을 쓰고 있다.
이건열 감독은 점차 입지가 좁아지는 대학야구 현실에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감독은 "현재 지방에서 경기를 하면 스카우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충분히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이 있는 선수가 있지만, 대학야구도 고교야구와 마찬가지로 주말에 진행되면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결승전에 가도 썰렁한 환경일 때가 많다"고 토로하며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더 크게 성장할 기회를 많이 놓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서 "이번 자라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그동안 꾸준히 뽑혔던 대학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선수로서는 한 단계 성장할 기회인데 대학연맹과는 한 마디 상의없이 나온 결정이라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홍성무(당시 동의대)가 2010년에는 김명성(당시 중앙대)가 아마추어 선수 자격으로 포함된 바 있다.
점점 어려워지는 대학야구 환경에 이건열 감독은 신인드래프트가 있는 8~9월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함께 고생한 선수들이 지명이 안되면 많이 안쓰럽다. 100승을 하든 1000승을 하든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아이들이 목표를 향해 갔는데 결과가 안나와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힘들다"라며 "앞으로 대학야구가 좀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그렇게 되도록 현장에서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bellstop@osen.co.kr
[사진] 동국대 제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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