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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42살 어코드’…혼다 씨, 청바지 입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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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세월의 흔적이 묻어 나는 혼다 어코드(Accord)다. 1976년 미국에서 1세대가 출시 된 이후 42년간 10세대까지 진화했다. 세계 160개 국에서 2,000만 대 이상이 팔렸다. 40여 년간 어코드는 늘 한결같았다. 넥타이에 와이셔츠, 말끔한 양복을 입은 흐트러짐 없는 중년이다. 너무 한결 같은 나머지 딸 아이가 “캐주얼한 옷도 입어보고, 패션에도 신경을 써 보라”고 보채기도 한다. 그때마다 중년의 혼다 씨는 이렇게 말해왔다. “인생은 기술이야.”

그랬던 혼다 어코드가 청바지를 입었다. 작년 하반기 미국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는데, 북미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어코드의 놀라운 변신을 높이 사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2018 북미 올해의 차’로 뽑았다. 

우리나라의 혼다코리아도 북미에서 생산 되는 10세대 어코드를 지난 10일 공식 출시 했고, 최근에는 미디어 시승행사도 가졌다.

외관의 변신이 우선 놀라웠다. 북미의 자동차 기자들이 한눈에 혹할 만했다. 측면에서 본 실루엣은 영락없는 쿠페였다. 벨트라인은 매끈하면서도 잘 생긴 콧대처럼 유연하게 휘어져 있었다. 루프에서 뒷 유리창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한눈에 패스트백이다. 모양보다는 안전과 실용을 중시하던 대표적인 패밀리 세단이 멋을 부리기 시작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 불어 닥친 ‘SUV 대세’ 트렌드는 중년의 어코드로 하여금 블링블링 청바지를 입게 했다.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 하나는 젊은 세대들도 어코드의 감각적인 매력에 빠져들게 하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중년의 혼다 마니아들에게 “더 이상 나이 먹지 말고 젊게 살자”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함이다.

경기도 양평의 현대블룸비스타를 출발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이천의 한 카페를 다녀오는 편도 51.9km 시승구간을 ‘10세대 혼다 어코드’는 눈깜짝할 새 내달렸다. 최고 출력 256마력(6,500rpm), 최대토크 37.7kg.m(1,500~4,000rpm)의 직렬 4기통 가솔린 ‘2.0 터보 스포트’ 모델이었다. 혼다가 자체 개발한 10단 자동변속기도 달렸다.

종전 같았으면 배기량 3,500cc V6엔진을 달았을 모델이다. 3.5 V6는 최대 출력 282마력, 최대토크 34.8kg.m을 냈다. ‘2.0 터보 스포트’는 V6에 비해 출력은 줄었지만 토크는 더 늘었다. 줄어든 최대 출력이 의미 없는 게 어차피 최대 속도는 시속 208km에서 제한 된다. 이 속도에 다다르면 연료 공급이 차단(퓨얼 컷) 돼 속도를 더 올릴 수 없다. 혹자는 이 순간도 순식간이었다고 한다.

터보 엔진 장착은 다운사이징이라는 트렌드를 따른 이유도 있겠지만 ‘청춘’ 어코드와도 관련이 있다. 의미 없는 최대 출력은 줄었지만 토크를 높여 역동성을 강화했다. ‘2.0 터보’ 뒤에 ‘스포트’라는 배지가 붙은 이유가 그 때문이다. 운전 모드도 선택할 수 있게 했는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포츠카 느낌의 배기음도 스피커에 집어 넣었다. 시트가 버킷형이 아닌 것이 아쉬웠지만 저중심 설계로 운전자의 포지션은 한층 낮아지고, 비스듬히 눕는 기분까지 낼 수 있었다. ‘산 마리노 레드’라는, 식욕을 돋우는 빨간 색 컬러도 2.0 터보 모델에 채택했다. 패밀리 세단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요소들이다. 10세대 어코드의 지향점은 분명 스포츠 세단이었다.

청바지는 입었지만 힙합까지 기대했다면 너무 급진적일까? 흔히 말하는 ‘혼다 마니아’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스러워 한 흔적도 있었다. 스포츠 세단을 표방한 듯했지만 시트는 패밀리 세단 때의 특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휠베이스가 늘어나 2열 레그룸은 아이들이 씨름을 해도 될 정도로 넓었고, 트렁크는 웬만한 캠핑 장비를 넣고 다닐 만했다. 전 후면 디자인은 많이 세련 되기는 했지만 진보적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반자율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혼다 센싱’은 운전자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믿음직한 비서였다. 혼다 센싱은 일정 속도로 달리게 해 주는 ‘자동 정속 주행 장치’, 저속에서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가는 ‘저속 추종 장치’,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핸들을 제어해주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등으로 구성 돼 있는데, 특히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은 시시각각 주변의 위험을 운전자에게 경고하느라 분주했다.

작년에 출시 된 ‘올 뉴 오딧세이’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10단 자동변속기는 저속에서는 쫄깃했고, 고속에서는 부들부들했다. 9, 10단으로 주행을 하다가도 운전대에 달린 패들시프트로 단수를 내리면 곧바로 5단으로 떨어져 추가적인 토크를 만들어 냈다. 6~10단 사이는 변속 기능보다는 보다는 노면 상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로 보였다.

2.0 터보 스포트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는 10.8km/l(도심 9.3 km/l, 고속도로 13.5 km/l)다. 배기량 1,500cc 엔진을 쓰는 ‘1.5 터보’ 모델은 최고 출력 194마력(5,500rpm), 최대토크 26.5kg.m(1,600~5,000rpm)을 내면서 복합연비는 13.9km/l(도심 12.6km/l, 고속도로 15.8km/l)나 된다.

가격은 1.5 터보가 3,640만 원, 2.0 터보 스포트가 4,290만 원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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