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의 BASE] '클린베이스볼' KBO, 상벌 형평성은 있는 걸까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4.23 18: 00

 # 정운찬 KBO 총재는 2018년 신년사에서 "팬 중심의 경기, 공정한 야구, 동반 성장하는 리그를 만들기 위한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클린베이스볼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하겠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냉정히 돌아보고, 상벌제도를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해 시행하고자 합니다"라고 천명했다.
# 2018시즌 초반 심판의 볼 판정을 두고 선수들이 예민하다. 판정 항의로 퇴장도 2차례나 있었다. 현장의 불만은 일관성이 없는 판정도 판정이지만, 형평성을 두고 말이 많다. '선수가 잘못하면 퇴장, 벌금, 출장 정지가 내려진다. 그런데 심판은 오심을 해도 징계를 받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프로야구는 시즌 초반부터 논란거리가 자주 발생,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KBO는 23일까지 올해 3차례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결정했고, 3차례 내부적인 검토를 통해 엄중 경고를 내렸다. (아래 표 참조)

# KBO의 2018년 상벌위원회 또는 내부 회의 
날짜      징계 대상(선수, 심판, 구단)과 내용       /  비고 
2월21일 안승민(한화)  30경기 출장 정지  / 불법 인터넷 도박
           김병승(전 NC) 30경기 출장 정지  / 불법 인터넷 도박.
3월27일 로저스(넥센)  엄중 경고   / 부적절한 행동, 상대팀에 불쾌감
           넥센-한화 24일 경기 심판진 엄중 경고  / 적절한 조치 미실행
4월12일 양의지(두산) 벌금 300만원, 유소년봉사 80시간 / 위험한 행위(볼 패싱)
4월16일 이용규(한화) 엄중 경고    / 욕설 퇴장 
4월16일 넥센-두산 15일 경기 심판진 엄중 경고 / 투수 보크 잘못 인지
4월20일 LG 구단 벌금 2000만원, 양상문 단장 엄중 경고  / 사인 페이퍼 논란
         류중일 감독 벌금 1000만원, 유지현-한혁수 코치 벌금 100만원
상벌위원회는 KBO 고문 변호사가 위원장직을 맡고, 언론, 학계, 야구계 인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다. KBO가 사안에 따라 상벌위원회 회부를 결정하면, 상벌위원회에서 독립적인 회의를 통해 징계를 결정한다.
지난 2월 중순,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법원의 벌금 징계를 받은 안승민, 김병승에 대한 30경기 출장 정지를 결정했다. 주심을 향한 볼 패싱을 두고 판정 불만에 따른 고의적인 행동이냐 아니냐를 의심받았던 양의지는 벌금(300만원)과 봉사활동이 내려졌다.
'사인 페이퍼' 논란으로 역대 최초로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LG 사태는 출장정지는 없었지만, 벌금 액수에서 중징계를 내렸다. 감독 벌금액은 역대 최다, 구단 벌금액은 역대 공동 2위다.(2017년 소속 선수 경기 조작 및 불법 인터넷 도박 등에 따른 선수단 관리 소홀을 이유로 NC에게 부과된 벌금 5000만원이 최고액)
그런데, 상벌위원회는 KBO가 안건을 올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KBO는 사안에 따라 내부 회의를 통해 상벌위 회부를 1차적으로 결정한다. 로저스의 경기 도중 상대팀 선수와 과도한 스킨십, 이용규의 욕설 퇴장, 심판진의 보크 규정 미숙은 상벌위 개최 없이 내부 회의를 통해 '엄중 경고'로 결론을 내렸다. 로저스와 이용규 사안은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한 결정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넥센-두산전에서 심판진이 보크를 놓친 것에 대한 일처리는 선수와 심판 징계에 따른 형평성 논란을 부를 만하다. 당시 1-0으로 앞선 두산의 6회초 공격, 2사 3루에서 넥센 투수 한현희가 박세혁 상대로 셋업 자세에서 공을 쥔 오른손을 글러브로 가져가려다가 내리는 동작이 있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나와 보크를 어필했으나, 당시 심판진은 보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결국 보크 선언 없이 경기는 진행됐고, 두산은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그러나 경기 후 경기감독관의 보고서에는 보크가 맞고, 심판진이 이를 놓쳤다고 보고됐다. 심판진도 뒤늦게 오심을 인정했다. KBO는 내부적으로 해당 심판진들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심판의 고유 권한인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두고서는 오심이다 아니다 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크처럼 야구 룰을 적용하는 것은 다르다. 해당 심판진이 보크를 인지하지 못했고, 잘못된 판정으로 경기 승패가 달라질 수 있었다. 
두산이 3-2로 승리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두산이 한 점 차로 역전패했더라면, 심판진의 보크 판정 실수가 경기 승패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KBO가 해당 심판진에게 엄중 경고를 내린 근거는 KBO리그 규정 벌칙내규(심판위원) 제1항이다. '야구 규칙 적용을 잘못하였을 때. 제재는 경고 또는 제재금 50만원 이하'로 명시돼 있다. 
KBO는 같은 식구인 심판진에게도 엄격한 징계를 내릴 기회를 저버렸다. 선수들과 현장에서 불만을 품는 상벌의 형평성 논란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KBO는 선수와 구단의 징계시에 '향후 스포츠의 기본인 공정성과 페어플레이 정신을 훼손하고 리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에 대해 더욱 엄격히 제재할 방침이다.' '앞으로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막고, 리그 최우선 과제인 클린베이스볼 실현을 위해 선수들의 비도덕적 행위를 전례에 비추어 더욱 강력하게 처벌할 방침이다'고 강조해왔다. 심판진의 잘못에도 비슷한 잣대를 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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