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재영, 10실점 난타가 준 교훈 '몸쪽+커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3.19 06: 02

"아마 정신이 번쩍 들었을 거예요". 
한화 선발 유망주 김재영(25)은 지난 3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SK전에서 진땀을 뺐다. SK 강타선을 상대로 1⅔이닝 9피안타 1볼넷 10실점으로 뭇매를 맞은 것이다. 김재영을 일찌감치 선발로 낙점한 한용덕 한화 감독은 결과보다도 과정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경기 후 한용덕 감독은 꽤 강한 어조로 김재영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한화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그렇게 할거면 그만 던져라'고 할 만큼 강하게 말했다. 좌타자 상대로 바깥쪽만 계속 던지며 도망가는 투구를 하는 것에 아쉬워했다. 재영이도 아마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그날 이후로 첫 등판이 18일 대전 NC전 시범경기였다. 더 이상 도망가는 김재영은 없었다. 5회까지 안타 3개와 볼넷 1개, 그리고 몸에 맞는 볼 1개를 내줬을 뿐 삼진 2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5회까지 투구수는 63개에 불과했다. 공격적인 투구로 타자와 붙었고, 맞혀 잡는 투구로 효율성을 보였다. 
김재영은 "SK전에 10점을 준 후로 처음 던졌다. 그날 너무 많이 맞아서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시즌 때보다 연습 때 맞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며 "감독님께서 '도망 다니지 마라. 네 공 던져서 맞으면 안 빼고 밀어줄게'라고 하셨다. 그날 경기가 내겐 교훈이 됐다"고 돌아봤다. 
한 감독이 김재영에게 좌타자 몸쪽 승부를 거듭 강조한 건 지난해 기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타자(.276)에 비해 좌타자(.346) 피안타율이 훨씬 높았다. 사이드암 투수가 좌타자 상대로 약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더 큰 투수가 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 몸쪽을 공략해야 주무기 포크볼도 먹힌다. 
김재영은 "좌타자에겐 몸쪽 공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상대하기 편하다. 우타자는 원래 자신 있으니 하던 대로 하면 될 것 같다"며 또 하나 과제로 커브를 이야기했다. 직구-포크볼 위주로 던지는 그는 "커브도 많이 연습하고 있다. 결정구로 쓸 수 있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NC전에선 4회 모창민을 상대로 116km 몸쪽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이 역시 한 감독의 주문 사항 중 하나다. 김재영은 지난해 직구(55.2%)-포크볼(42.1%)로 극단적인 '투피치'였다. 서드피치인 커브의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선발로 긴 이닝을 던지기 위해선 구종을 적어도 3개는 던질 수 있어야 한다. NC전에선 커브를 7개 던졌다. 구속 114~119km로 타이밍 뺐기 좋았다. 
이날 경기 후 한 감독은 "오키나와 때부터 좌타자 몸쪽을 과감하게 붙일 것을 주문했는데 주효했다. 조금 더 자신감 있게 한다면 충분히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김재영도 "선발로 150이닝 이상 던지는 게 목표다. 오늘처럼 투구수를 짧게 가져가면 가능할 것이다. 자신감 갖고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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