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투자' kt, 결국 수비가 흔들리면 해답 없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3.18 10: 00

공격적인 투자와 절치부심.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kt는 '5할 승률'과 '5강'을 논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기본은 수비다. 간단한 진리를 시범경기부터 깨달았다.
kt는 17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시범경기 롯데전을 10-17로 패했다. 3-3으로 맞선 4회말 대거 5득점으로 크게 앞서나갔지만 직후인 5회초, 7안타 5볼넷을 허용하며 11실점했다. 사실상 승부가 기운 장면이었다. 이날 전까지 시범경기 3연승을 달리던 kt의 첫 패였다.
시범경기일 뿐이다.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과정을 논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kt가 11실점한 5회는 여러 모로 최악의 흐름이었다. '시범경기라 다행이다'는 얘기가 딱 들어맞았다. 정규시즌에 나와서는 안 될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다.

우선 투수진부터 흔들렸다. kt 벤치는 4회까지 3실점한 류희운을 내리고 이종혁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고졸 신인으로 1군 16경기를 경험했다. 1군 초반만 해도 6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들쭉날쭉했다. 지난해 경험치를 토대로 올해 불펜 후보로 꼽힌 자원. 하지만 이종혁은 제구 잡기에 좀처럼 실패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5피안타 3볼넷을 헌납했다. 29구를 던졌는데 볼이 17개로 오히려 스트라이크보다 많았다. '빅 이닝'의 화근이 볼넷임이 자명하게 드러났다.
스코어는 8-8 동점. 결국 kt 벤치는 타순이 한 바퀴 돈 뒤에 고창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고창성은 운도 따르지 않았다. 첫 타자 나경민 상대로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후속 대타 한동희에게 3루 땅볼을 유도했다. 여기까지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한동희의 타구를 잡은 황재균이 송구 실책을 범했다. 쉽지 않은 타구를 잘 잡은 것까지는 오히려 칭찬할 장면. 하지만 너무 서둘러 송구했고, 이게 1루수 옆으로 스쳤다. 오태곤이 1루에서 벗어나 공을 잡았지만 태그하기에는 너무 먼 위치였다.
이어진 만루에서 이병규의 2타점 적시타가 나왔다. 황재균의 실책은 또 한 번 이어졌다. 김동한 타석에서 불규칙 바운드 타구를 더듬은 것. 유격수 심우준이 뒤늦게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 한 이닝 실책 두 개가 나왔다. 롯데는 뒤이어 신본기의 2타점 적시타까지 나오며 5회에만 11득점했다. 이 중 실책으로 인한 비자책점이 6점. 만일 한동희의 타구를 깔끔히 처리했다면, 8-8 동점에서 끝날 장면이었다.
kt는 지난겨울 창단 후 최초로 공격적 투자를 선보였다. FA 황재균을 4년 총액 88억 원에 데려왔다. 거기에 2차드래프트에서는 효율적인 전략을 수립하며 좌완 조현우, 금민철, 김용주 셋을 데려왔다. 금민철은 선발, 김용주는 불펜에서 힘을 보탤 계획이다. 이들은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첫 선을 보이지 않았지만, KBO리그 최고 외인투수 더스틴 니퍼트도 품었다. 여러 모로 전력 상승 요인이 많은 kt다.
하지만 기본은 수비다. kt는 지난해 99실책으로 이 부문 최다 1위였다. 리그 평균(85실책)을 높이는 주범이었다. 최저 실책팀 두산(74실책)과 비교했을 때 20개 이상 많았다.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최하위 불명예였다. 수비가 달라지지 않으면 kt가 내건 목표와 동떨어진 성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특히 순위와 관계없는 시범경기라면 더욱 그렇다. 과정에서 교훈을 얻으면 된다. 공격적인 투자도 결국 수비 안정 없이는 성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i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