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주의 시대 끝' FA 시장 관통하는 메시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1.15 05: 53

KBO리그 FA 시장에서 온정주의 시대가 지났다. 철저한 비즈니스로 움직이는 게 프로 세계의 생리다. 
올 겨울 FA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FA 대박 선수들도 있지만, 해를 넘겨서까지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한 선수들이 예년에 비해 월등히 많다. 15일 오전 기준으로 FA 시장에는 아직도 7명의 선수들이 미계약 신분으로 남아있다. 2월 스프링캠프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보름뿐이다. 
특히 'FA 미아'가 될 위기에 놓인 선수들이 있다. 롯데 최준석과 이우민이 그렇다. 롯데는 두 선수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일찌감치 두 선수가 FA 이적시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적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구단에서 다시 협상의 문을 열었을 것이다. 최준석은 두산에서 8년을 뛰었지만 롯데에서 데뷔했고, 첫 번째 FA를 통해 고향팀 롯데에 복귀했다. 이우민은 2001년부터 롯데에서만 무려 17년을 뛴 원클럽맨으로 현역 선수 중 그보다 롯데에 오래 몸담은 선수가 없다. 둘 다 롯데 색깔이 강하다. 
과거 KBO리그의 온정주의를 떠올린다면 두 선수의 롯데 잔류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구단들은 더 이상 정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냉정한 가치 평가, 전력 계산으로 판단한다. 롯데는 수비에서 활용도가 높은 채태인을 넥센과 사인&트레이드를 영입하며 최준석 자리를 채웠다. FA 민병헌 가세로 풍족해진 외야진에서 이우민의 자리도 사라졌다.
FA 투수 안영명도 원소속팀 한화와 협상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다. 한화는 2년 계약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 중이다. 지난 2003년 한화에서 데뷔한 안영명은 2010년 6월 KIA로 트레이드됐지만, 8개월 만에 보상선수로 고향팀에 복귀했다. 15년을 한화에 몸담으며 팀 사정에 따라 선발과 구원 보직을 가리지 않고 던져왔다. 
하지만 어깨 관절경 수술과 그 후유증으로 최근 2년간 성적이 좋지 않다. 이전까지 내부 FA 선수들에게 후하게 대우해 의리의 팀으로 불린 한화였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최근 성적과 미래 기대치를 고려, 2년 계약으로 칼같이 자르고 있다. 내부 FA 계약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한화는 온정주의를 사실상 폐기했다. 
이처럼 구단에서 오래 뛴 선수에게 FA 때 보상 성격의 챙겨주기는 앞으로 점점 사라질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선수들도 이제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져야 할 때다. 팀에 오래 있었다는 이유로 정에 호소하고 좋은 대우를 바라지만, 그만큼 기회를 주고 기다려준 구단의 기회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FA 신청을 1년 뒤로 미룬 이용규(한화)의 선택은 '프로다운 비즈니스적인 결정'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부상으로 큰 활약을 못한 이용규는 FA 권리 신청을 1년 미뤘다. 지난해 성적 부진, FA 외야수 포화를 감안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구단들은 "선수들이 이용규처럼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정에 호소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입을 모은다. /waw@osen.co.kr
[사진] 최준석-이우민-안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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