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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한화 구단, 할 도리를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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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는 속앓이를 했다. 올 시즌 뒤 새 감독으로 한용덕(52)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를 내정했지만 발표를 할 수 없었다. 두산 구단이 포스트시즌에 진출, 자칫 남의 대사를 그르치게 할까봐 저어했기 때문이었다.

성마른 기자들이 감독 선임 사실을 눈치 채고 성화를 부리거나 아예 대놓고 ‘한용덕 감독 선임’을 내지르기도 했다. 한화 구단은 ‘천기누설’을 애써 외면하고 끝까지 모르쇠로 잡아뗐다. 그 과정에서 구단 홍보 관계자들은 언론에 시달리며 곤욕을 치렀다.

묵계적인 진행이었고, 상대팀 배려 차원과 도의적 도리를 앞세워 한화구단으로선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다.

마침내 한국시리즈가 종료되자마자 11월 1일 한화 구단은 그제 서야 신임 감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빗발치는 발표 요구의 화살을 맞으며 견뎌낼 수밖에 없었던 한화 구단이 이런 고육책을 택한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결과로는 한화 구단은 제 할 도리를 다했다.

박종훈 한화 구단 단장은 “김태룡 두산 단장이 진작부터 (한용덕 감독 선임이) 결정되면 발표해 달라고 얘기했지만 두산이 포스트시즌 중이어서 아무리 양해를 해준다고 할지라도 발표를 안 하는 게 도리였다.”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옵션이었고,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이런 진행이 상식적이어서 거기에 맞춰서 진행했다. 남들이 다 알고 있었지만 한화가 좀 힘들더라도 발표하면 두산이 흔들릴 수 있어 어차피 욕먹을 바에야 원칙을 지키자고 판단했다”고 새 감독 선임 사실 발표를 미룰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명했다.

한화 구단은 지난 두 차례(김응룡, 김성근) 감독 선임 과정에서 모기업의 ‘낙하산’을 받아들여야 했다. 한용덕 감독은 그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구단이 천거를 했지만 낙점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엔 그룹 차원의 인사개입, 정무적인 간섭 없이 구단이 자율적으로 여러 후보를 놓고 검증 과정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다. 한용덕 감독 발탁은 이를테면 ‘2전 3기’인 셈이다. 프로야구단들의 감독 선임은 다양한 행태로 이루어진다. 야구계 지도자들이 연줄을 동원해 인사 청탁을 한 사례도 많고, 모기업 총수나 심지어 그 ‘사모님’이 특정인을 지명해 구단으로 하향식 낙점을 한 사례도 있다.

어찌 됐든 결과가 좋으면 미화될 수 있는 게 승부세계지만, 그렇지 않으면 팬의 비난은 구단이 곱다시 떠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죽이 되든지 밥이 되든지 구단의 자율적 판단을 중시하는 풍조가 마련돼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박종훈 단장은 “그 동안 (코칭스태프) 조각이 늦어지고 있는 데 따른 혼란과 훈련 차질은 남아 있는 코치들로 준비를 해왔다”면서 “새 감독 선임은 팀 스피릿(정신) 부활을 우선 조건으로 여러 후보를 놓고 검토를 했다”고 밝혔다.

한화 구단이 한용덕 감독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서는 한 감독이 예전에 한화 구단에서 코치와 감독 대행을 했던 경험이 있어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야구를 보는 눈에 깊이가 있다’는 것이 발탁의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두산 구단의 수석코치로 김태형 감독을 도와 우승으로 이끌었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한화 구단은 2017 시즌을 마친 다음 무려 11명의 코치를 내보냈다. 그 동안 머릿수는 많았지만 “벤치 파워가 너무 약하다”는 자체 평가에 따른 조치였다.

박 단장은 그와 관련, “보조 코치는 많았으나 선수 이끌어가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구단이 판단했다. 앞으로 좋은 코치를 찾아야 한다. 누가 좋은 코치인지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퇴출된 코치들의 빈자리를) 모두 못 채워도 그대로 끌고 갈 것이다. 다만 좋은 코치들이 올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년 하위 팀’이라는 오염을 벗지 못하고 있는 한화 구단이 순리대로 한용덕 감독 체제로 구단 리빌딩의 숙명과 과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는 길은 터놓았다. 한용덕 감독 역시 취임 직후 내부 선수 육성에 중점을 두고 팀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제 한화 구단의 방향성은 뚜렷해졌다. 고삐를 잡은 한 감독이 악순환을 끊고 팀의 염원을 풀어줄 수 있을지 그의 지도력을 주시할 때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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