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배출량이 자동차 19배, ’건설기계’는 관리 사각지대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7.10.24 08: 47

 정부가 국민 건강과 직결 되는 미세먼지 대책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제도 미비로 인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야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26일, 2022년까지 7조 2000억 원을 투입해 국내 배출 미세먼지를 현재보다 30% 줄이겠다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해 연중 미세먼지 나쁨(50㎍/㎥) 상태를 초과한 일수가 258일에  달할만큼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 오염이 심각하다.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 중 수송부문에는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고 전기차와 LPG 등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며, 이륜차 관리를 강화하고 건설기계 저공해화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 2014년, 우리나라 미세먼지(PM10) 배출원은 비산먼지가 가장 높고 그 뒤를 자동차, 산업-비산업, 건설기계 순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 대책이나 서울시 연구가 자동차와 건설기계를 별개로 다루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건설기계는 지게차, 굴삭기, 덤프트럭, 콘트리트믹서트럭, 로더, 기중기, 롤러, 불도저 등이 해당 된다. 이들 건설기계는 자동차일까 아닐까?
건설기계는 2002년부터 대기환경보전법에 자동차로 분류 돼 있다. 그런데도 왜 건설기계와 자동차가 따로 언급 되고 있는 것일까? 운행 건설기계에 대한 배출가스 기준설정 및 관리에 대한 법적인 요건만 마련 돼 있을 뿐, 관리제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말 기준 건설기계는 약 43만대가 등록 돼 있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약 2.1% 수준이다. 그런데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는 놀라운 사실을 전하고 있다. 전체 이동오염원 PM(미세먼지) 배출량의 48%가 비도로 이동오염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38%가 건설기계에 의해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 됐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건설기계 1대가 만들어내는 PM 배출량이 자동차의 약 19배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도출 된다. 
화물자동차형 건설기계는 그나마 ‘대기환경보전법시행규칙’에 의거, 화물자동차 기준이 적용 되고 있다. 화물자동차형 건설기계는 덤프트럭과 콘크리트믹서트럭, 콘크리트덤프트럭이 해당 되며 건설기계의 약 18%로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출가스 배출기여도는 그 비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질소산화물이 불도저 기중기 다음으로 덤프트럭과 믹서트럭에서 많이 배출 되고 있다.
화물자동차형 건설기계를 제외한 나머지 건설기계는 환경 규정이 없다.  
관리제도가 마련 되지 않은 탓에 건설기계의 환경 기준은 동급의 대형 디젤 자동차 배출허용 기준 대비 약 10배나 느슨하다.  인증 시험 방법도 자동차만큼 엄격하지 않고 사용 기간도 훨씬 길다. 기중기처럼 국내 생산이 되지 않는 특정 기종은 수입 중고기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노후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건설기계의 미세먼지 배출 비율이 높은 이유에는 등록 된 지 10년이 넘은 노후장비 비율이 현저히 높다는 현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2004년 이전 장비들은 제조 당시 배출허용기준조차 적용돼 있지 않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같은 오염물질은 여과없이 배출하고 있다.  
환경전문가는 “개발시대에 마련 된 규정에 따라 환경부의 관리 대상은 도로용 운송수단에 한정 돼 있다. 경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 엔진 건설 기계에 대한 환경 규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건설기계 제조 단계에서부터 엄격한 환경 기준이 마련 돼야 하며, 합격률 100%인 건설기계의 형식적 무부하 정기 검사도 하루빨리 실효성 있게 개선 돼야 한다. 현장에서 육안 검사로 부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비도로형 건설기계의 형식적인 검사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2년,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디젤엔진이 뿜어내는 배출가스를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고 발표했다. 어떤 연구는 간접흡연보다 디젤 배기가스를 마시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보고하기도 한다. /100c@osen.co.kr
[사진] 건설기계가 도로 개발을 하고 있는 장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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