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윤상민, ‘선(線)과 선(禪)’을 인연지은 ‘마음전’을 열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6.05.12 11: 24

‘선(線)과 선(禪)’을 인연 지어 수행과 40년간 붓의 세계를 탐구해온 서예가 청우(靑雨) 윤상민(61)이 마음을 주제로 내세운 서예전을 열었다.
경기 양평 블룸비스타 갤러리 기획초대전으로 지난 4월 1일부터 열리고 있는 그의 서예전시회는 ‘마음전’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불경, 성경과 논어, 맹자, 채근담, 명심보감 등 동양고전과 조선시대 시조를 아우르는 작품 47점을 선보였다.
서예 미학과 선(禪)의 합일에 천착해온 작가의 이번 작품전은 한문 초서는 물론 전서, 예서, 해서, 행서와 한글, 국한문혼서, 문인화 등 다양한 서예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의 훈민정음(판본)체는 ‘청우체’로 인정받아 서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소아마비라는 신체적 장애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심외무법(心外無法=마음 밖에는 법이 없다)’을 화두로 삼아 서예로 다스려왔던 그는 ‘마음을 닦아 삶의 뿌리를 깨닫게 하는’ 작품들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각성과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깊고 간절한 마음은 닿지 못하는 곳이 없느니 그것이야말로 참된 에너지다’(대행선사 법어), ‘노하기를 더디 하는 것이 사람의 슬기요 허물을 용서하는 것이 자기의 영광이니라’(구약성서 잠어) 같은 마음자리를 닦는 글귀가 붓의 아름다움에 담겨 ‘혼연일체’로 녹아들어 있다.
작품 가운데 ‘뜻으로 푼 금강경’은 대행선사(1927~2012년)의 글을 한글로 풀어 쓴 것으로 두 달 가량 온 정성을 기울여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새겨낸 대작이다. 총길이 7m에다 담은 1만3165자의 글자에 서린 그의 ‘서예 혼’이 절로 우러나오는 작품이다.
작가는 “대행선사의 뜻으로 푼 금강경 작품을 쓰며 몸과 마음을 하나를 모으는 작업으로 전시를 준비했다”면서 “글자 수가 1만3천여 자나 되기에 빈번하게 나오는 오탈자로 인해 다시 쓰기를 되풀이 하며 두 달가량 정성을 다했다”고 작업과정을 되새겼다.
작가와 오랜 인연이 있는 한마음선원 주지 혜원은 “‘뜻으로 푼 금강경’을 대하고 보니 그의 노력이 얼마나 간절했을지, 저절로 마음이 모아진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동아미술상을 받고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 뽑히면서 서예가의 길을 걷게 됐던 그는 “나에게는 붓을 잡는 일도 수행의 길”이라며 “수행자는 그 때 그 때 처한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 지나간 일이나 다가올 결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대행선사의 법어를 늘 가슴에 새기며 작품에 임한다.”고 전시회에 즈음한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작가는 “붓을 잡으며 마음공부의 선(禪)과 글씨의 선(線)이 둘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삶속에 스스로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분하며 내 나름의 고정관념에 빠진 것은 아닌지를 늘 되돌아보며 정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전은 6월 30일까지 열린다. 전시 기간중인 5월 22일(일요일)에는 작가와의 만남 시간도 갖는다. 부처님 오신 날(5월 14일)에 즈음해 ‘마음전’을 통해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고 정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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