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교수’ 장유정, 봄, 밤에 만나는 ‘1930년대 명가수 렉처 콘서트’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6.03.18 10: 30

버려져 있던 것, 또는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던 일제 때의 옛 노래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재현에 매달려온 장유정 교수(단국대 교양학부)가 이번엔 강연과 공연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렉처 콘서트(Lecture Concert)’를 연다.
한국문화재단(이사장 서도식)이 주최하는 장유정 교수의 콘서트는 3월 29일 저녁 8시부터 서울 강남 삼성동 한국문화의 집에서 시작한다. ‘노래에 미쳐, 노래에 살다’는 이름을 내건 이 공연, 강의 제목은 ‘1930년대 명가수 언파레-드(on parade)’이다. 이 공연에는 아코디언 명인 심성락, 기타 명연주자 최춘호도 반주로 함께 한다.
한국문화재단은 그 동안 ‘음반의 즐거움’이라는 뜻인 ‘반락(盤樂)’ 공연을 꾸려 왔다. 이번에는 ‘그 사람의 음반 이야기, 4인 4색’ 시리즈로 각자 독특한 이력을 가진 네 사람의 강연과 공연을 갖는다.

장유정 교수는 그 첫 주자로 나서 1930년대 유명한 가수들(채규엽, 박향림, 왕수복, 선우일선, 김해송, 이난영, 강홍식, 전옥, 고복수, 황금심, 손목인, 최승희)의 삶과 사랑을 노래와 더불어 들려주고 직접 노래도 불러준다. 장 교수는 대중가요에 대한 열정과 연구, 그러면서도 해소하지 못했던 노래에 대한 못다 이룬 꿈의 자락을 이번 공연에서 펼쳐 보일 예정이다.
장 교수는 “비록 식민지 시대였으나 1930년대는 ‘레코드 황금시대’로 불리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음반과 가수, 그리고 노래가 나왔던 시기이다. 그 때문에 그 수많은 가수들 중에서 일부 가수와 그들의 노래를 선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면서 “되도록 많은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는 인기 가수들, 직접 자료를 찾고 원로 가요인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애정이 듬뿍 갔던 가수들을 우선 선정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재단은  “ ‘반락’은 음반을 즐긴다는 의미로 만든 말로 ‘반(盤)’자는 ‘소반’을 뜻하는 ‘그릇 명(皿)’과 ‘돌 반(般)’으로 이루어졌다. 턴테이블 위에서 돌면서 저장한 소리를 돌이켜 내는 음반(音盤)으로 연결되는 글자이다. 음악을 즐기라는 뜻으로 만든 글자기 반락”이라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이번 공연에 대해 “그간 강연과 연주를 결합한 렉처 콘서트(Lecture Concert)는 있었지만 이렇게 음반과 강연으로 꾸며진 공연은 사례가 없었다. 잃어버린 소리의 역사를 복원해 가는 노정기(路程記)이자 마지막 음반에 담긴 그럴 수 없는 소리를 직접 듣는 유례없는 소리판”으로 규정했다.
장유정 교수는 ‘노래를 할 수 없다면 그것을 연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구비문학을 세부 전공으로 선택해서 서울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민요’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에 ‘대중가요’로 박사학위를 딴 그가 박사논문을 수정· 보완해 펴낸 ‘오빠는 풍각쟁이야: 대중가요로 본 근대의 풍경’(민음in. 2006년)은 학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장 교수는 현재까지 50편이 넘는 대중가요 관련 소논문과, 공저를 포함해 15권이 넘는 책을 세상에 내놓는 등 열정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지녀온 ‘노래에 대한 열망’을 잠재우지 못해 2000년부터 2005년께까지 박송희 명창에게서 ‘흥보가’를 사사한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래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그 이후 ‘강의’와 ‘공연’을 결합한 ‘강의콘서트(lecture concert)’를 하면서 노래에 대한 갈증을 조금씩 해소해 왔던 장 교수는 2012년부터 1930년대 노래를 다시 부르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실험, 시험하고 있다. 장 교수는 “나의 정체성은 ‘대중음악사학자(popular music historian)’이나, 노래하는 일과 노래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8장의 디지털 싱글을 낸 후, 2013년 11월에 ‘장유정이 부르는 모던 조선: 1930년대 재즈송’이라는 음반을 자비로 제작해서 발매하기도 했다. 그동안 황금심의 ‘외로운 가로등’, 무용가 최승희의 ‘이태리의 정원’, 이난영의 ‘다방의 푸른 꿈’, 임원의 ‘리라꽃은 피건만’, 박향림의 ‘희망의 블루스’를 리메이크해 불렀다.
‘알뜰한 당신’으로 대표되는 황금심의 가성 섞인 맑고 고운 목소리에 비해 장유정 교수는 애수 띤, 기교를 부리지 않은 청아한 목소리로 원곡의 분위기를 충실히 복원, 되살려냈다는 평을 들었다.
주최 측은 “관람객에게 음질은 좋지 않아도 1930년대 발매 당시의 음원 17곡이 실려 있고 장유정 교수의 노래 몇 곡이 담긴 음반도 선물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노래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노래의 가장 큰 기능은 ‘위로’라고 생각한다.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면서 “여전히 나는 노래로 세상을 위로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고 소리독백을 통해 풀어놓았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온 말처럼, 나는 날마다 내 세계를 깨고 나오려 한다. 어느 한곳에 괴거나 머무르지 않으려 한다. 노래는 내가 자유로이 흘러가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반락’이 내 자유로운 유영의 새로운 시작이기를 바란다. 노래에 미쳐 노래에 사는 것이 소원이다.”
장유정 교수는 ‘반락’ 공연을 앞둔 심경을 그렇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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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유정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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