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서지 12호, 노천명의 친일 시 9편 미 삭제 시집 『창변』 공개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6.01.08 11: 15

최근 출간된 『근대서지』 12호(소명출판)에 시인 노천명의 친일 시 9편이 실려 있는 시집 『창변』 의 미 삭제 본이 공개됐다.
근대서지학회(회장 정경수)가 반년간으로 펴내온 『근대서지』 12호(2015 하반기호)에는 노천명의 친일시 9편 외에도 조지훈의 글이 실려 있는 해방 공간에 발행된 어린이 잡지 『그림동산』 제3집(1946년) ‘우리마을’ 편과 1947년 평양에서 발행된 22인시집 『전초(前哨)』, ‘오랑캐꽃’ ‘전라도 가시내’의 월북시인 이용악의 미 발굴 시와 산문 등을 발굴, 게재했다.
『근대서지』 12호에는 근대서지학회의 지난 해 12월 학술대회의 대상이었던 미공개본 어린이 잡지 28개본 해제를 비롯해 『백민』 (1945년 12월 1일 창간. 『백민』 21호, 『문학』 개제 3호 포함 통권 24호) 총목차와 인명색인, 소오(小悟) 설의식(薛義植)이 1947년에 창간한 순간 『새한민보』 (통권 63호) 총목차와 인명색인을 정리해 놓았다.

아울러 연재물로 한국 언론의 산증인인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의 시대의 고뇌가 담긴 언론사 연구의 실증적 체험기인 ‘언론과 학계의 반세기, 자료 발굴과 글쓰기’ 첫 편이 실려 눈길을 끈다.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자료 발굴과 보존과 해석의 중요성을 실천하는 장’ 이라는 제하의 『근대서지』 12호 발간사를 통해 “우리 근대문학의 연구는 기원 혹은 고전에 대한 발본적 성찰의 기회를 주는 시대”라고 전제, “우리 근대사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데 헌신했던 분들의 삶을 탐색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가난했지만 치열했던 지난날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라도, 근대문학의 일차 자료들을 일일이 검색하고 찾아내어 원형을 보존하고 고전적 해석을 쌓아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방 직후인 1945년 11월 15일에 나온 『문화전선』창간호, 1945년 12월 1일에 출간된 『아동문학』창간호 등 해방 공간의 좌익계열 신문과 잡지 영인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번에 『근대서지』 12호가 발굴한 노천명의 친일시는 김재용 원광대 교수의 연구 작업의 결과물이다.
‘두 가지 노천명 시집 『창변』’ 이라는 부제를 달고 ‘찢겨진 시집과 친일 흔적 지우기’ 라는 제하의 김재용 교수의 글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 에도 수록돼 있는 노천명의 친일 시의 ‘감추고 숨기고 흔적 없애기’를 샅샅이 파헤쳐놓은 것이다.
김재용 교수는 1945년 2월에 나온 노천명의 두 번째 시집 『창변』이 해방 이후에 재판매될 때 친일 시 9편을 종이를 붙여 가리거나 아예 목차를 찢는 방법으로 은폐됐음을 밝혔다. 그래서 그 때 시집 『창변』을 일러 ’찢겨진 시집과 친일 흔적 지우기’라고 명명한 것이다.
김 교수는 “(찢겨진 책에는) 목차 끝 대목에 종이를 덧붙여 시의 제목을 가리려한 흔적이 있다. 찢겨지지 않은 온전한 책에는 종이로 덧댄 부분에 4편의 친일시가 있고, 목차가 있는 한 페이지를 뜯어내 5편의 친일시를 더 감추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노천명의 친일시는 종이로 덧댄 부분에 4편(‘힌 비둘기를 날려라’, ‘진혼가’, ‘출정하는 동생에게’, ‘승전의 날’), 페이지를 몽땅 도려낸 부분에 5편(‘병정’, ‘창공에 빛나는’, ‘학병’, ‘천인침’, ‘아들의 편지’)이 숨어 있었다.
김 교수가 찾아 낸 온전한 『창변』 시집은 1945년 2월에 발행한 시집으로 해방 이후에는 친일시를 빼거나 가리고 배포, 누더기 시집이 돼버렸던 것이다. 온전한 시집은 미처 회수하지 못한 원래의 모습 시집이다.
김 교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시집에서 종이로 가린 데는 4편밖에 없었다. 다시 찢어진 시집의 목차를 자세하게 검토하니 목차가 있는 페이지의 한 장을 통째로 뜯어낸 흔적을 어렵게 찾아낼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네 편은 친일 협력이 아닌 다른 시들과 한 면에 인쇄되었기에 따로 오려낼 수 없어서 덧붙여 가렸고, 다른 5편의 제목이 있는 별도의 면은 통째로 뜯어낸 것임을 알게 됐다.”고 발견 과정을 알렸다.
chuam@oeen.co.kr
사진=『근대서지』 12호 표지와 노천명 시집 『창변』 의 목차부분. 친일시를 종이를 덧대어 감춘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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