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홍윤표의 ‘한국프로야구 난투사’ 책으로, ‘야구 역사의 소중한 복원’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5.03.30 09: 29

1982년 출범해 30년을 훌쩍 넘긴 대한민국 프로야구. 수많은 명승부 속에 프로야구를 사랑했던 팬들의 추억도 세월을 따라 명멸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애환을 함께했던 프로야구, 그 장면 하나하나를 기억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해 한국일보사에 입사해 30여 년간 프로야구 현장을 지켜 온 홍윤표 OSEN 선임기자는 ‘사건 중심’의 프로야구 역사에 주목했다. 치열한 승부의 현장, 그라운드와 그 주변에서 벌어졌던 ‘충돌’을 중심으로 30여 년을 되돌아 봤다. ‘난투극’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 붙기는 했지만 기실, 그 현장은 가장 치열한 승부의 한 단면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이후 그라운드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충돌’을 다룬 ‘한국프로야구 난투사’가 책으로 엮어 나왔다. OSEN의 온라인 지면을 통해 2013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연재 됐던 ‘한국프로야구 난투사’에 자료가 추가 되고 새로운 증언이 보태져, 책이라는 어엿한 얼개로 새 생명을 얻었다.

홍윤표 기자는 이 책을 통해 난투극이 빚어진 원인과 배경을 소상히 분석했다. 또 난투극이 벌어졌던 당시 숨겨진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당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히 전하고 있다. 빈볼이 얼굴에 맞는 순간 포착 장면, 스쿠터 타는 김응룡 감독의 천진난만한 모습 등 희귀한 사진이 곁들여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으로 발간 된 ‘한국프로야구 난투사’는 프로야구 마니아들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난투극으로 되돌아보는 한국프로야구 30년사’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프로야구 난투사’는 세월의 흐름에 희석, 풍화돼 사라지기 전에 ‘야사(野史) 같은 정사(正史), 정사 같은 야사’를 정리,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한 작업의 산물이다. 누군가 그 시대의 분노와 우울의 그림자를 역사로 갈무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그 일을 대신한 것이다”라고.
굳이 ‘난투’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에 대해서는 “생존을 걸고 투쟁을 벌여야하는 치열한 삶의 한 현장, 때로는 야만적인 폭력과 광기가 번득이는 그 곳, 그 시대의 증언이자 기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하루가 멀다않고 일어났던 그 시대는 “때로는 권력의 부당한 개입으로 스포츠 현장이 뒤틀리는 일도 빚어졌던” 1980, 90년대를 말한다. 지나간 우리 프로야구의 민낯이자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30여 년의 발자취가 ‘난투사’로 정리 되는데 대한 고민의 흔적도 드러난다. “지극히 우발적이라 할지라도 폭력이 스포츠의 진면목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난투극’은 때로는 야구의 ‘의외성과 재미’라는 얼굴에 분칠을 해주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는 역사관으로 대답하고 있다.
책은 소제목만 훑어봐도 한국 프로야구 30년의 뜨거웠던 현장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1호 몰수게임’ 백인천 감독의 항변 ▲전두환 한마디에 김진영 감독 구속 ▲김응룡 감독은 왜 경찰에 연행 됐나 ▲김성한, 항의 탓에 연속출장 기록 멈춰 ▲삼성-OB, 서로 맞히다 감정 폭발 ▲이만수가 투수의 공을 피한 까닭은? ▲18연패…삼미 슈퍼스타즈의 최후 ▲동대문구장 하늘에 걸린 쓰레기통 ▲허구연 감독의 분노담긴 발차기 ▲‘술병 보관함’을 아십니까? ▲대구 관중들, 해태 버스 ‘보복 방화’ ▲대전 관중들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과열…또 과열…관중 ‘쇼크사’ ▲‘노상 청문회’와 유혈사태 부른 난동….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추천사에서 쓴 대로 “한국 프로야구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아픔과 부끄러움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룰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구본능 총재의 다음 말이 더 크게 와 닿는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한국 프로야구의 민망한 과거를 건강한 시각으로 되돌아본 책이다. 아무도 함부로 거론하려 하지 않는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지 않은가. 야구 역사의 소중한 복원이다. 프로야구 마니아라면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고 말하고 있다.
프로야구 현장에서 현장에서 ‘난투사’의 한 주역이 됐던 선동렬 전 KIA 타이거즈 감독도 “현역시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때는 볼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자칫하면 불상사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항상 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나의 젊은 시절이 되살아나고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며 회상에 잠겼다. 
필자가 꿈꾸는 그라운드의 풍경은 이 책이 반면교사다. “세상이 어지럽다. 석연치 못한 일들이 너무 많다. ‘난투’가 지나간 시대의 풍경으로만 머물러 있으면 좋으련만, 2000년대 들어서도 야구를 야구로만 남아 있게 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다. 야구장만이라도 순수한 열정과 깔끔한 겨루기가 살아 숨 쉬었으면 좋겠다는 게 30년 남짓한 기자생활 끄트머리의 소박한 바람이다”고 희망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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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난투사’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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